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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루스 이야기/아트 만들기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온라인 독서모임 하는 법 (feat. 장강명 작가)

by 북플릭스 2020. 12. 3.

지난 번 성장판 독서모임 오픈카톡방에서 신정철 작가님이 책 한권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바로 장강명 작가님의 <책 이게 뭐라고> 라는 이름의 독서 에세이였죠. 평소 성장판 독서모임에서 언급되는 책들은 유심히 봐 두고 있는 편인데요, 그 이유는 단순한 취향에서 나오는 추천이라기 보다는 충분한 숙고 뒤에 다른 사람들에게 흥미를 일으킬 만한 책들을 조심스럽게 권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특히 신작가님이 (물론 많은 책을 올리시지만) 권하는 책은 독서모임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기 때문에 더 유심히 보기도 합니다.

 

그렇게 첫 장을 펴든 <책, 이게 뭐라고>에서 제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바로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이용한 온라인 독서토론 방법을 설명한 것이었습니다. 애초에 장강명 작가가 이런 방법을 떠올리게 된 계기는 독서 팟캐스트를 진행하면서 느낀 한계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른 진행자에 비해 입담이나 순발력이 떨어지는 장강명 작가는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팟캐스트에서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느꼈다고 해요. 그래서 실제 독서토론을 하기 전에 온라인으로 사전에 토론자들의 의견을 정리해 둔다면 '리허설'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신거죠. 작가님은 이 방법을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를 진행하면서 내가 한 일 중 가장 잘한 것이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계신 듯 해요 ㅎㅎ

 

그럼 이제부터 그 특별한 방법을 같이 알아 보겠습니다. 이는 매우 단순한데요 다음 5가지 법칙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1. 책 한권을 다룰 때마다 시트를 두개 만든다.

2. 한 시트에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저자와 책에 대한 배경지식을 올린다.

3. 다른 시트에는 책을 읽으며 느낀 점, 궁금한 점을 한 칸에 한 문단씩 적는다.

4. 올라온 의견에 덧붙일 내용이 있으면 그 오른쪽 칸에 쓴다.

5. 그와 상관없는 새로운 의견이라면 제일 아래쪽 왼쪽 칸에 세로방향으로 적는다. 

 

하지만 이 글만으로는 뭔가 잡히지 않으시는 분도 있으실 거예요. 예시를 들어 보겠습니다. (책 내용 발췌)

 

 

A열

B열

C열

1행

저는 이제 읽기 시작합니다. 책이 두툼해서 걱정이 되네요. 그런데 이 책 제목 좀 눈에 안 들어오지 않나요? 더 임팩트 있게 잡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유재석)

그래요? 전 이 책 제목 되게 재치 있게 잘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철수님이라면 어떻게 지으실 건데요? (박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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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행

목차가 무려 여섯 쪽 이네요. 이렇게 챕터를 자잘하게 쪼개 좋은 책은 전 별로던데... (노홍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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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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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작가의 경우 이 방법으로 책 한 권을 마치면 80~100행 정도가 되고 오른쪽으로는 F열 정도까지 갔다고 합니다. 팟캐스트의 참석인원은 책을 내용으로 미루어 봤을 때 5~6명 정도로 예측한다면, 기본적인 독서모임 인원을 10명이라고 가정할 때는 더 많은 내용이 채워지겠네요. (물론 직업과 취미의 영역이라는 차이에 더 적은 내용이 채워질 수도 있겠죠) 여하튼 확실히 밀도가 있는 독서토론이 될 것이라는 점은 확실 한 것 같습니다.

 

장강명 작가의 <다크호스> 온라인 독서토론 예시 (책 이게 뭐라고 발췌)


저도 이 방법을 분더캄머 독서모임에 도입하려고 하는데요, 그 이유는 작가님과는 조금 다릅니다.

물론 장강명 작가님이 말씀하신 이유도 굉장히 큰 장점이긴 하죠. 그러나 저는 기본적으로 실시간 독서토론(오프,온라인 모두)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작업은 사전 독서모임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토론에 들어오기 전에 서로의 의견을 어느정도 인지한 채로 들어오도록 만드는 것이 저의 첫 번째 목적입니다. 

 

두 번째 목적은 바로 저의 불안함에 기인합니다. 저는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철저히 저 혼자 발제를 담당하고 있고 이에 따른 토론 논제도 스스로 고릅니다. 이는 독서모임 운영자 입장에서 굉장히 큰 부담이예요. 왜냐하면 저에게 흥미로운 논제가 꼭 다른 분들에게도 그렇다고 확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작업을 통해 참여자들이 어떤 주제나 챕터에서 관심을 보이는지, 어디에서 의견의 차이가 발생하는 지를 알아보고 싶었어요. 그럼 저도 훨씬 부담이 덜 하고, 멤버분들도 더 흥미로운 토론시간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해서요. 

 

이렇게 이상적인 결과를 적어 보았지만, 얼마나 멤버분들이 충실하게 사전 토론에 임해주실 지는 의문이예요. 하지만 저의 생각을 아셨다면.....적어도 분더캄머에 참여해주시는 분들이라면 열심히 호응해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음...당장 내년부터 한 번 도입해볼 예정인데, 좋은 결과가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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