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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플릭스/논픽션

당신이 퇴근하고 공부하기 어려운 진짜 이유

by 북플릭스 2020. 3. 22.

#1 아프니까 청춘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말, 아마 대부분의 분들이 한 번 쯤은 들어보신 말일 겁니다.

이 말의 원조는 사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의 책 제목이죠. 책이 처음 출판된 연도는 2010년으로 당시 대학입시와 취업난에 고통받는 20~30대에게 많은 공감을 얻으며 순식간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변영주 감독, 유시민 작가 등 몇몇 공인들의 비판과 유병재의 전설적인 드립 '아프면 환자지 뭐가 청춘이야!' 로 대대적인 비판에 시달리게 됩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찬반이 갈리지만, 어쨌거나 진정한 청춘의 고통을 겪어보지 않은 금수저 출신의 서울대 교수가 사회구조적 문제에 대한 이해 없이 대책없는 힐링을 외쳤다는 것은 작가로써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보면 유병재는 밈을 생산하는데 최고의 재능이 있다


#2 우리는 '업글인간'이 되고 싶어한다

글이 살짝 삼천포로 샜는데요, 제가 말하고자 한 부분은 사실 김난도 교수의 책 '트렌드 코리아 2020'를 언급하기 위함입니다. 김난도 교수는 이러한 비판에 시달린 뒤, 자신이 전공인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저도 트렌드 코리아가 책으로 출판되기 시작한 이후 가끔 사서 보고 있는데요, 역시 전공자는 자기 우물을 파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연초에 그 해의 사회적 트렌드를 짚어내는 김난도 사단의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굉장히 잘 읽힐 뿐더러 내용도 충실한 편이거든요.

 

애초에 여기에 집중하셨으면 좋았을 텐데 ㅠㅠ

 

책의 2020년 10대 키워드 핵심 3에 '성장'이 들어가 있네요. 업그레이드하는 삶, 책에서는 '업글인간'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죠. 특히 요즘 유튜브에서도 이런 흐름을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신사임당, 자청 등의 인플루언서들은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여러가지 삶의 방향을 제시하면서 자신을 계발하고 노력하라고 촉구하죠. 또 그런 영상이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고요.

 

저도 자기계발에 상당히 많은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 저런 영상과 책을 통해 동기부여를 받곤 합니다. 하지만 그런 동기부여는 연초와 주말에 극대화되고 월요일부터는 일에 시달리면서 최근의 코스피처럼 엄청나게 떨어지곤 합니다.

 

저의 경우, 아침에는 꼭 퇴근하고 나서 영어공부를 해야지, 재테크 공부를 해야지 다짐하면서도, 퇴근을 하는 순간 무슨 밥을 먹고 어떤 미드를 볼까 하고 생각하는게 일상입니다. -_-; 지금까지는 이것이 모두 저의 의지부족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오프라 윈프리의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과 다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고나서는 저의 의지박약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를 같이 알아볼까요?


#3 끊임없이 지속하는 것은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오프라 윈프리는 따로 설명을 드리지 않아도 너무 유명한 사람이죠. 미국의 방송인이자 여배우로 비지니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고 존경받는 인물 중 한 명이구요. 오프라 윈프리쇼가 끝난 이후로는 여러가지 채널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도 합니다. 2014년, 그녀가 직접 쓴 유일한 책인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은 출간되자마자 굉장히 많은 반향을 일으켰는데요, 이번 분더캄머 독서모임의 지정도서로 선정되어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이 책에서 삶을 살아갈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하며 이런 말을 합니다.

 

모든 일을 계속 변함없이 유지하려고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생긴다. 우리 자신에게 휴식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약간의 휴식만으로도 오랫동안 생생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을 나는 확실히 안다. 그래서 내게 그 시간을 주는 것에 대해 손톱만큼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는 삶에서 '회복'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루종일 회사에서 격무에 시달린 당신에게 퇴근 후 집에와서 하는 공부는 어지간한 동기나 목적이 있지 않고서야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매일 주 5일과 주말에 이르기까지 모든 여가시간을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으로 설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거죠. 이에대해 죄책감을 갖지 말고, 적당한 휴식을 취한 뒤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해보세요. 이것이 어쩌면 당신이 설정한 목적에 더 빨리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일수도 있으니까요.

 

그녀의 말과 영상은 언제나 큰 감동을 줍니다


#4 자아 고갈은 동기 상실로 이어진다

대니얼 카너먼은 어쩌면 다소 생소한 이름일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심리학자이자 행동경제학자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행동경제학(behavioural schools of economics)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람이죠. '인간은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인 존재라서 때로는 합리적이지 않다' 는 명제로 고전 경제학에 도전장을 내밀어 당당히 승리한 사람으로 더 유명합니다.

그의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그는 인간의 생각을 시스템1과 시스템2로 구분합니다. '직관' 이라는 말로 대응되는 빠르고 얕은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시스템1, 그리고 '분석'으로 통용되는 느리지만 심사숙고하는 정보처리기제인 시스템2를 통해 우리는 문제를 판단하고 행동을 결정한다고 주장했죠.

 

그런데 이 책에서도 인간 의지의 한계를 알 수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시스템2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행위는 자기통제가 필요하고, 자기 통제는 힘들고 귀찮다. 인지적 부담과 달리 자아 고갈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동기 상실로 이어진다. 어느 한 가지 일에서 자기를 통제한 뒤에는 다른 일에서 힘을 쏟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물론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 할 수는 있다. 여러 실험에서 사람들은 강력한 동기가 주어지면 자아 고갈 효과에 저항하는 능력을 보였다.

자기계발은 전형적인 시스템2에 속하는 부분입니다. 퇴근하고 자유롭게 쉬고 싶은 본능적인 욕망을 제어하여 다시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거나 운동을 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위에서 카너먼이 말한 것처럼 어느 한가지 일에서 자기를 통제한 뒤에는(회사) 다른 일에서 힘을 쏟고 싶은 마음(자기계발)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한 심리인 것입니다.

 

강력한 동기가 주어진다면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기계발이 생존과 연결되는 경우는 드문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매일 퇴근한 뒤, 침대속으로 기어들어가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는 모든 상황에서 합리적으로 행동 할 수 없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아갈 우리

지금까지 여러분에게 많은 위로와 변명거리를 드렸습니다ㅎㅎ 하지만 오프라 윈프리의 따뜻한 말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연구결과도 우리의 나태함에 완벽한 면죄부가 되어주지는 못할 거예요. 우리는 항상 지금보다 더 나은 내일을 욕망하고 만족을 추구하는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통해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너무 자신을 다그치지 말고 우리의 한계를 정확히 인지 하자는 겁니다. 다만, 동기부여가 확실한 상황에서는 극복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니, 어떻게 하면 퇴근 후의 자기계발을 '무조건 해야만 할 일'로 스스로 인식하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요?

 

벌써 한 해의 1분기가 지나가는 3월 말 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이 목표한 바를 이루는 한해가 되길 바라며 부족한 글을 마치겠습니다.

 


 

분당 독서모임 분더카머에서는 이 두 책을 같이 읽고 토론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저희 홈페이지를 방문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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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더캄머 분당 독서모임 WunderKa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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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책을 꼭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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