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북플릭스/논픽션

30대 직장인의 하루는 23시간이다.

by 북플릭스 2020. 3. 29.

# Prologue

2020년, 저는 30대 중반이 되었습니다. (받침에 ㅅ이 들어가면 중반이라죠?) 20대에 부모님이 자주 하시던 말씀 중, 이런 것이 있었어요. "나이가 드니 시간이 왜이렇게 빠르니..."

당시에는 그러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말인데 요즘 들어서는 남얘기 같지 않더라구요. 30살이 되던 해, 유독 마음이 헛헛했던 것도 이제 어느새 옛날 일이 되어버렸으니까요. (그땐 왜 그렇게 심란했을까요?)

 

이에 대해 프랑스의 철학자 폴 자네는 10세 아이는 1년을 인생의 1/10로, 60살의 노인은 1/60으로 느끼므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빨리 흐른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시간 수축효과(Time-Compression Effect)’라고 불렀죠.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 것이 단지 느낌이나 철학만이 아닌 과학적인 사실이라는 것, 알고 계셨나요?

 


#1 시간의 흐름을 다르게 느끼는 뇌

우리의 뇌 속에는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중뇌에 위치한 선조체라 불리는 부분인데요, 이 선조체는 돌기신경세포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선조체의 신경회로가 빠르게 진동하면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느끼고, 반대로 천천히 진동하면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고 느낀다고 해요.

 

도파민은 인간을 흥분시켜 의욕과 흥미를 부여하는 신경 전달 물질로, 과도하게 분비되면 조현병·ADHD·우울증 등을 겪을 수도 있지만 지나치게 부족할 경우에도 모든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이 도파민이 많이 분비될수록 신경회로가 빠르게 진동하여 우리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느리게 간다고 느끼게 됩니다. 도파민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분비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바로 '새로운 자극이 들어오거나 즐거운 일을 할 경우' 입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새로운 경험에 무뎌지게 되고, 도파민의 분비는 자연스럽게 감소하며 외부 자극에 대한 설레임도 줄어들게 됩니다. 이는 신경회로의 진동수를 점차 느려지게 만들어 뇌는 실제로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고 느끼는 것이죠. 어떤 상황을 경험할 때, 아이는 난생 처음 겪는 일이니 이를 흥미롭게 느낄 테고, 산전수전 다 겪은 성인들은 지겹게 느껴지겠죠. 이것이 나이에 따라 시간이 다르게 느끼는 이유입니다.

 

어린아이와 어른의 시간차이


#2 기억을 차별하는 뇌

방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발견하는 기억들이 있습니다. 친구와 방콕 어딘가에서 사먹었던 땡모반의 영수증, 싱가폴의 어느 동물원 팜플릿 같은 것이죠. 단순한 종이일 뿐이지만, 그 종이를 보는 순간 우리의 뇌는 시간여행을 시작합니다. 내 방에 앉아있는 현재의 나를 멋진 외국을 여행하는 과거의 나로 보내는 것이죠.  심지어 이런 기억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생생하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회상효과' 라고 합니다. 뇌는 강렬한 자극의 경험을 일상적인 경험보다 훨씬 밀도있게 저장한다는 말이죠. 그래서 <시간은 왜 흘러가는가>의 저자인 앨런 버딕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간이 어쩜 이렇게 빠르지?"
우리가 자주 하는 이 말은 사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는 살면서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회사-집-헬스장을 반복하는 생활에서 무언가 할 시간이 없다고 불평하죠.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강렬한 '기억'인 것은 아닐까요?

 

방을 자주 청소해야 겠어요


#3 시간을 깊고 풍부하게 느끼는 법

여러분이 하루를 생각해보세요. 어제 당신의 일과는 어땠나요? 좋아하는 이성에게 고백을 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결과에 상관없이 아주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거예요. 하지만 저와 같은 30대의 직장인들은 아마 대부분이 비슷한 일과를 경험했을 겁니다. 예를 들면 이런거죠.

 

짜증나는 알람소리에 일어나, 주섬주섬 고양이 세수를 하고, 지옥철에 올라타 출근을 합니다. 이어지는 지겨운 회의, 숨통이 트이는 점심시간 그리고 정신없는 오후 업무시간. 마침내 꿀맛같은 퇴근.... 저녁을 먹고 잠깐 넷플릭스를 보니 어라? 잠잘 시간이 되었네요. 이런 단조로운 생활패턴은 분명 우리에게 기억할 거리를 남겨주지 않습니다.

 

물론 우리의 일상이 루틴한것은 생존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어떤 행동에 대해 생각하고 판단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니까요. 따라서 모든 의사결정에 깊은 사고를 해야 한다면 우리의 뇌는 버티지 못하고 지쳐버릴 겁니다. 일상의 단조로움을 아예 없애버릴 수는 없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예요.

 

하지만, 우리는 모든 일상을 기억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의미있는 기억을 남기고 싶은거죠. 생존을 위해 해야하는 일을 제외한 진정한 '여가'시간을 우리는 어쩌면 너무 쉽게 흘려보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철학가이자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허, 단조로움, 친숙함은 시간을 쪼그라 뜨린다.

 

 

위에 말했다시피 저는 일상의 단조로움, 습관 등을 아예 없애자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요즘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주장하듯이 습관과 루틴의 힘은 엄청납니다. 이런 저런 변명없이 한가지 일을 부단하게 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어둠과 빛의 관계처럼 단조로운 일상이 있어야 가끔의 강렬한 경험이 더 깊게 각인될 수 있겠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런 단조로움과 새로운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귀찮다는 이유로 우리는 오늘의 하루를 기억의 쓰레기통으로 버리는 일이 많으니까요. 여러분이 퇴근을 하고 저녁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조금의 노력으로 나를 위한 맛있는 식사를 직접 만들 수도 있고, 평소 길을 지나며 눈여겨 둔 식당을 갈 수도 있죠. 하지만 피곤하다는 이유로 저녁을 생략하거나, 편의점 도시락으로 대충 때워버리면 그날의 저녁은 영영 사라질 겁니다.

 

다소 여유로운 주말도 마찬가지예요. 평소 연락하고 싶었던 사람에게 용기를 내서 약속을 잡을 수도 있고, 배우고 싶었던 원데이 클래스를 등록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평일의 피로함을 핑계삼아 늦잠을 자고, 집에서 하릴없이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봅니다. 기생충급의 작품이 아닌 이상, 이 시간은 당신의 기억에 남지 않을거예요. 그래서 <시간 전쟁>의 작가 로라 밴더캠은 이런 상황을 막기위한 방법으로 도전적인 삶을 추천합니다.

 

나는 모험을 지향하는 사고방식을 통해 평범한 날들도 특별해질 수 있고, 잊히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매일 이럴 순 없겠지만요 -_-;


#4 Epilogue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새로운 경험을 '자주' 하는 것은 우리가 몇살인지에 관계 없이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켜 뇌의 생체시계를 건드릴 것입니다. 그 결과 우리의 시간은 많이 늘어날거예요. 기억할 수 있는 사건들이 인생에서 늘어나게 되는 것이죠.

 

요즘 저는 같이 일하는 회사 직원과 '늙지 말자'는 말을 자주 합니다. 대화를 할 당시에는 꼰대가 되지 말자는 형식적인 다짐이었지만, 이것이 우리의 시간을 늘려주는 장점이 될 줄은 몰랐네요 ^^;

 

어느덧 한 분기가 지나버린 2020년, 지금까지 해놓은 것이 없어 우울한 마음이 든다면, 일상의 작은 것부터 새롭게 도전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겁니다. 이것이 꼭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하고 3달 간의 세계일주를 떠나라는 것이 아닙니다. 샴푸를 바꾸거나 감사일기를 쓰는 등의 사소한 변화도, 우리를 풍부한 삶으로 이끌어 주는 데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시간의 통제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분당 독서모임 분더카머에서는 위와 같은 책을 같이 읽고 토론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저희 홈페이지를 방문해주세요 :) 

https://wunderbook.co.kr 

 

분더캄머 분당 독서모임 WunderKammer

분더캄머 분당 독서모임

wunderbook.co.kr

 

댓글